출처: 변도열 선생님
현직 교사의 ‘원 포인트 레슨’
올해도 어김없이 학기 초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비장함이 느껴진다. 귀가 따갑게 들어오던 수능을 직접 친다는 생각과 수시전형에 포함되는 3학년 1학기의 마지막 내신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그런데 순번을 정해 한 명씩 상담을 해보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얘기함에도 그에 비해 성적은 계속 제자리걸음인 학생들이 많아 안타깝다. 공부를 하는 만큼 성적이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진심이 어디에 있는가?
조금은 다른 곳으로부터 얘기를 이끌어 가보려고 한다. 필자는 방학이 되면 매년 학교의 동아리 학생들을 인솔해서 2박 3일간 공정여행을 떠난다. 2018년의 여행에서는 충남 아산에 가서 현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연극으로 우리나라의 역사 수업을 재미있게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그런데 제한된 시간에 연극의 리허설과 피드백을 반복하던 중 전혀 다른 양상을 띠는 두 팀이 있었다. A팀은 피드백을 할 때마다 굉장히 빠르게 좋아지는 반면, B팀은 발전 없이 계속 지지부진했다. 구성원의 실력이 비슷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 원인이 궁금해 어떻게 연습을 하는지 봤는데 A팀은 연습과 연습 사이의 휴식시간에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연극이 더 좋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고 개인적인 연습과 보완을 하는 반면, B팀은 연습과 연습의 사이에 각자 휴대폰을 꺼내어 쉬면서 연극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A팀과 B팀 중에서 어떤 팀의 연습시간이 더 알차게 진행될 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일 것이다. 이렇듯 능동적으로 참여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연극에만 해당되는 논리가 아닐 것이며 공부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조용히 자신의 마음과 얘기해 보기를 바란다. 공부보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직 공부를 시작할 마음가짐이 부족한 것이다. 휴대폰을 하고 있는 시간보다 문제집을 풀고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여러분의 공부시간은 오롯이 성적으로 환원될 것이다.
어떤 교재로 공부해야 하는가?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면 어떤 교재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공부하는 효율이 같다면 일정시간을 공부했을 때, 실력과 성적의 향상의 관계는 오른쪽과 같이 로그함수의 모양을 따르기 마련이다. 이것은 실력이 증가할수록 같은 양을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는 정도가 미미하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높이기 위해 엄청난 시간동안 공부를 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다만 이 그래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왜 실력이 낮은 아이들은 조금 공부하면 실력이 쑥쑥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을 여러 가지 운동의 연습에 빗대어 설명할 것이다. 어떤 운동이라도 처음이 가장 어렵고 재미가 없다. 우리는 멋지게 경기하는 모습을 꿈꾸며 기초 연습에 참여하지만 기본자세를 몸에 익히려면 재미없는 같은 자세를 계속해서 반복할 뿐 실제로 경기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생각만 해도 재미가 없다. 그렇지만 기초가 없이 경기에 참여할수록 노력하는 시간대비 실력의 증가는 미미하기 마련이다. 또한 실력이 증가할수록 자세를 배우는 처음이 가장 중요했으며 기초적인 자세 훈련에 어떻게 참여하였는지가 매우 중요했음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다시 공부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모든 학생들은 문제집을 풀 때 자신이 푼 문제가 모두 맞기를 원한다. 이것은 운동에서 능숙하게 운동경기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다. 만약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라면 1시간 동안 100문제를 풀어서 1문제를 틀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때 기분은 좋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 학생이 새로 배울 수 있는 학습의 양은 틀렸던 1문제 분량이다. 1시간동안 공부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1문제 찾아 낸 것이다. 이렇게 찾아낸 문제를 공부한다면 1문제 분량의 성적 향상이 있을 것이다. 반면 실력이 부족한 학생이 1시간 동안 10문제를 풀어서 10문제를 모두 틀렸다면, 그리고 틀린 10문제를 열심히 공부해서 알게 됐고 앞으로 안 틀릴 수 있게 공부한다면 10문제 분량의 성적향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앞서 1문제를 틀린 학생보다 공부의 능률이 1시간에 10배 뛰어나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한 문제, 한 문제에 집중하고 파고드는 것은 운동에서의 기초훈련처럼 무척 고되고 힘들다. 그렇지만 그 시간이 가장 빠르게 성적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렇게 문항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훈련이 이어진다면 문제를 대하는 기초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난이도의 문제집을 고른다는 것은 효율성을 포기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운동에 비유하자면 기초 연습을 적당히 하면서 부족한 기초에도 불구하고 경기에도 참여하면서 운동에 즐겁게 참여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접근성도 뛰어나고 효율성도 뛰어난 공부 방법을 원하지만 운동의 길에도 학문의 길에도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이 얼마나 절박하냐에 따라 접근성과 효율성을 조절하는 것이 문제집을 고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10문제 중 3개 ~ 4개 정도 맞는 문제집을 선택해 노력하는 것이 고통 대비 효용의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것 같다.
1시간 뒤의 나를 찾자
어느새 결론이다. 혹자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동력이라고 얘기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현재의 자신을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와 연결해 주는 유일한 끈이 바로 목표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기계공학자가 되고 싶다’, ‘뛰어난 경영인이 되고 싶다’라는 등의 지금으로부터 너무나도 멀리 있는 목표를 명확하고 뚜렷하게 바라보면서 매일매일 하루의 공부에 열심히 동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면 이것은 진심으로 대단히 뛰어난 학생일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겪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늘의 자신과 내일의 자신을 연결하는 것도 벅차했기에 뚜렷한 1시간의 공부 목표를 세우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1시간동안 10개의 틀린 문제를 찾아서 익혀야겠다’라는 분명하고 뚜렷하게 보이는 목표를 세우고 이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지키고 이뤄나간다면 어느새 부쩍 향상된 성적을 목도(目睹)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2019년에는 누구도 억울해 하지 않도록 반드시 여러분이 공부한 만큼의 성적이 향상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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